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어야 할까?
나는 어렸을 때 그다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햄버거나 피자를 잘 먹지 못했는데 냄새가 너무 느끼했다. 비위가 약해서 느끼하고 냄새나는 음식을 싫어했고 설사도 자주 했다. 늘 몸이 피로 했지만 피곤함을 잘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만성 비염이라 잘때면 코가 막혀서 옆으로 누워서 잤는데 위쪽 콧구멍으로 숨쉬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그냥 체질이거니 하고 넘겼다.
그러다 30살 즈음에 우연히 비타민 D와 아연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는데 몸의 변화를 확실히 느꼈다. 활력이 돋고 생기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피곤함이 사라지고 결정적으로 30년간 나와 함께있던 만성 비염이 사라졌다. 갑자기 내 몸이 건강해진 것이다.
이 놀라운 경험은 이내 나로 하여금 건강에 관해(특히 영양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그동안 몰랐던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게된 이상한 점은 그 지식들 간의 모순이었다. 만약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지식이 있다면 어떤 것이 사실일까? 나는 이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몇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내가 건강에 관해 깨달은 중요한 것은, 건강은 “총체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건강을 개별적으로 보려고 할때 우리는 실수를 범한다. 이를테면 과거 2000년대 초반에는 탈모에 관해 검색을 하면 “남성호르몬이 그 원인이다” 라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DHT가 모낭을 공격하는 것이 탈모의 원인이다”라는 올바른 정보는 있었지만 나 같은 일반인들은 나름 공신력 있는 기사에서 남성호르몬이 원인이라고 하니 헷갈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로 “어렸을적 거세를 한 내시는 대머리가 없다”라는 예시를 든다.
여기서 내가 가진 의문점이 한가지 있었다. 만약 기사가 사실이라면, 젊은 남자들은 나이든 남자들에 비해 남성호르몬 수치가 더 높은데 왜 탈모는 나이든 사람한테 훨씬 많이 일어날까?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런식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들이 꽤 많다.
비타민 D 권장량에 대한 의문
서울대 의대 출신의 권위있는 교수 두 명이 있다. 두 명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한 명은 비타민 D를 비롯한 많은 비타민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물 섭취로 충분하기 때문에 비타민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명은 평소에 섭취하는 음식물로는 부족하니 비타민을 따로 챙겨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반된 주장을 하는 두 사람은 모두 같은 의학 전문가이다.
여기 몇가지 비타민D 섭취 권고사항을 가져왔다.
- 2005년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비타민 D의 하루 권장량은 200 IU 이다.
- 2010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타민 D의 하루 권장량은 400 IU 이다.
- 2022년에는 비타민 D의 하루 권장량은 400 IU 이다.
위 권고사항을 보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일관적으로 200 IU에서 400 IU 섭취를 권고한다. (권고 기관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그런데 최근에 질병청에서 2022년 7월 7일에 발표한 <우리 국민의 비타민 D,비타민 E 섭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타민 D는 모든 연령군에서 충분섭취량 대비 50% 미만으로 섭취가 불충분 하다고 밝혔다. 아니, 비타민은 음식물 섭취로도 충분하다면서?
사실만 짚어보자. 비타민 D의 복용 권장량은 분명 200IU에서 400IU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피검사 수치가 미달이라는 뜻은 많은 사람들이 불충분을 넘어서 사실상 “비타만 D 결핍”이라는 얘기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 사람들은 삼시세끼 잘먹고 다니는데 비타민 D 결핍이라니.
참고로 나는 하루에 최소 1만 IU를 햇수로 7년째 먹고있다. 그중 4만 IU를 먹은 기간도 1년은 된다. 상한섭취량(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는 최대 섭취량. 더이상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이 4000 IU이다. 권장량을 한참 초과한 복용량을 먹는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몸이 더 좋아졌다.
메타분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적 실수
비타민 D 권장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문제를 영양제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의학이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라 뭐든지 좀 느리게 변하지만, 어쨋든 과거에 비해 점차 영양적인 것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타민 D, 비타민 C와 같은 영양제 복용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것이 소용없다고 하거나 심지어는 영양제를 먹는게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자꾸 논문(특히 메타분석에 의한)을 들먹이면서 과학적으로 봤을때 오히려 건강을 약화시켜 위험을 초래한다 어쩌구 저쩌구… 황당한 주장을 한다.
그러나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양제 복용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비타민D 복용이 낙상위험을 초래한다고 하던가 하는 이런 주장은 그냥 흘려들으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영양제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나 같은 경험자들은 절대로 이전 과거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왜냐면 효과를 봤으니까. 그리고 영양제 그거 좀 먹었다고 해서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적어도 문제는 안생긴다는 말이다.)
메타분석은 영양제 특히 비타민D를 먹지 말것을 주문하는 사람들에 의해 많이 이용되는 연구기법이다. 메타분석은 쉽게말해 여러개의 논문을 “선별해” 이것의 어떤 중요한 요인들에 “가중치”를 주고 그것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통계적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의한 결론을 인용해 영양제와 비타민D 복용을 공격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에는 문제가 없는걸까? 만약 문제가 없고 사실이라면 영양제와 비타민이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대체 어떻게 된것일까? 똑같이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 대체 왜 이렇게 상반되게 나오는것일까.
메타분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알려진 몇가지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 파일서랍 문제
- 출판편향 문제
- 측정의 비일관성
- 선택적 보고
-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문제
- 중요한 연구를 무시하는 문제
- 기타 등등
아래는 이와 관련된 논문과 요약내용이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 “Publication Bias in Meta-Analysis: Prevention, Assessment and Adjustments.” Rothstein, H.R., Sutton, A.J., & Borenstein, M. (2005). Wiley.
- 출판편향(게시편향)은 연구결과가 음성이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 출판되지 않는 경향을 나타낸다. 대신 양성 결과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더 자주 출판되는데 이는 학문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더 주목 받는 경향때문에 발생하며, 이로 인해 연구의 실제 효과의 크기가 과대평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쉽게말해 연구결과가 선택적으로 공개될 수 있다는 말이다.
- 링크 및 pdf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1336-006-1450-y
- “The file drawer problem and tolerance for null results.” Rosenthal, R. (1979). Psychological Bulletin, 86(3), 638.
- “파일 서랍 문제”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출판편향(게시편향)의 한 형태로, 음성 결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연구들이 “파일 서랍에 넣어져” 공개 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메타 분석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
- 위 논문과 마찬가지로 연구결과가 선택적으로 공개될 수 있다는 말이다.
- 링크 및 pdf : https://pages.ucsd.edu/~cmckenzie/Rosenthal1979PsychBulletin.pdf
- “Measuring inconsistency in meta-analyses.” Higgins, J.P., Thompson, S.G., Deeks, J.J., & Altman, D.G. (2003). BMJ, 327(7414), 557-560.
- 이 논문은 메타분석의 결과에서 일관성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의 품질 변동, 연구 디자인의 차이, 표본의 다양성 등이 “메타분석의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 링크 : https://typeset.io/papers/measuring-inconsistency-in-meta-analyses-4iysmttp08
- “Meta Analysis: Statistical Alchemy For The 21st Century“, Alvan R. Feinstein
- 일단 제목부터가 <메타분석:21세기의 통계적 연금술>이다. 설명이 더 필요 없을 것 같다. 임상 역학에서 권위있는 사람이 쓴 논문이라고 하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 메타분석이 정밀성과 재현성이라는 과학적 원칙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얘기한다. 또한 메타 분석과정에서 연구들을 종합할때 각 연구의 고유한 특성과 세부적인 차이가 무시되거나 손실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실제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치료법을 효과적인 것처럼 보여주거나, 혹은 그 역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 pdf 및 링크 :
-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089543569400110C
- “Criticism of Meta-Analysis”
- 구글링을 하다가 찾은 자료인데 메타분석으로 인해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자료에서는 메타분석을 비판하면서 출판편향, 파일서랍, 사과와 오렌지를 섞는 문제, 중요한 연구(정성적)를 무시하는 문제 등 알려진 유명한 문제들을 언급하는데, 이것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비판했다.
- pdf 및 링크 :
- https://www.meta-analysis.com/downloads/criticismsofmeta-analysis.pdf
예를들어 어떤 연구결과에서 비타민 D가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하자. 또 다른 논문의 연구결과는 반대로 비타민 D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메타분석은 이 두 개의 연구결과를 섞어 통계적으로 결론을 낸다. 그리고 결론이 어떻게 나오냐 하면 첫번째 논문에서 나타난 비타민 D의 효과는 “약간 효과적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즉, 효과의 크기가 희석되는 것이다. 메타분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통계적으로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메타분석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항상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연구자들은 펄쩍 뛸 수 있다. 메타분석에 쓰일 논문을 엄밀하게 선정하고 데이터를 가공해 통계적 분석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건 이 메타분석의 결론이 비타민 D의 섭취가 몸에 좋기는 커녕, 거꾸로 오히려 나쁘다는 식으로 난다. (이걸 인터뷰에서 진지하게 주장한다.)
8월에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조사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그렇다면 물은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8월에는 물이 위험해 지는 것인가?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이나?
다시 한번 물에 관해 분석해보자.
- 2022~2023년 2년간의 각 지역별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8월에 부산의 유동인구가 특히 최대치로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왜 유독 부산에 몰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8월에는 유동인구가 늘어난다.
- 2022~2023년 2년간의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1월, 8월에 사람들이 죽을 확률이 높았다. 특히 8월 부산의 해변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많이 죽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말이다.
- 2022~2023년 2년간의 죽은 사람들의 사망원인을 메타 분석해보니 물과 관련이 있었다. 물과 가까운 곳에 살 수록, 물을 자주 접할수록 죽을 확률이 높았다.
- 물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죽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물이 기도를 막으면 죽는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의학적으로 밝혀진 적 있다.
- 결론. 종합적으로 봤을때 물은 위험하다. 특히 8월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물은 위험해진다. 8월에는 물을 멀리해라.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다시한번 말하지만 메타분석의 “방법론”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메타분석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항상 문제가 있다. 어떻게 연구를 디자인하고, 어떻게 논문선정을 하고, 어떻게 가중치를 주고, 어떤 통계기법을 쓰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딱히 메타분석만이 가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며

관련 논문을 읽던 중 예전에 나왔던 기사를 요약한 발췌본이 있어 가져왔다.
100년도 더 된 이 글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 글은 결핵에 대한 야외치료를 말하는데 여기서 위대한 발견은 신체에는 질병을 극복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내추럴한 힘(자연적 치유력)과 깨끗한 공기의 이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알고있던 사실이었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이 사실들을 자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깨끗한 공기, 신체, 옷 등의 기본적인 청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부에 노출된 야외 치료(예를들면 밖에 자주 나가는)가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미신을 반박하고, 진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먼지와 더러움 등에 집중해야 된다고 말한다.
저 기사가 주는 교훈은 병을 유발하는 기본적인 물리적, 사회적 조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양제는 신체에 기본적인 필수 영양소를 공급해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다. 누군가 영양제를 먹는 것은 단지 “기본은 하겠다”는 것인데 막을 이유가 있는가? 또 그것이 오히려 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이 있는가? 판단은 여러분 스스로의 몫이다.
답글 남기기